나의 도시 이야기: 소실과 소생사이

2020년 11월23일 - 12월10일

심사위원

강재훈 | 심사위원장

사진가, 강재훈포토아카데미 전임강사, 사진집단 포토청 대표, 니콘 리얼리티 클럽 사진가, 온빛다큐멘터리 회원,
전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강원다큐멘터리 제1회 당선작가, 대한민국보도사진전 최우수상 3회 수상.
강재훈의 분교 30년/들꽃피는학교 등 개인전 13회. 사진집 등 저서 12권

한금선

덕성여자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  프랑스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돌아와 사진작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잡지 사진디렉터로 활동, 성균관대 예술학부등 출강을 했고 최근에는 전남여성가족재단 라이징스쿨 사진을 담당했다.  집시를 다룬 ‘집시 바람새 바람꽃‘  요양원의 삶을 다룬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 그리고 고려인의 이야기를 담은 ‘경계에서다 바람에 눕다 ‘ 등의 개인전과 사진집을 출판했다.

최연하

독립큐레이터, 사진평론가, 사진교육자
그동안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2019), <경기에서-천 개의 기억>(2018), <서울사진축제>(2008/2016), <현대사진의 향연-지구상상전>(2011), <델피르와 친구들>(2010), <사라 문>(2009) 등 60여 회의 전시를 기획했다. 저서로 『사진의 북쪽』(2008)과 『한국사진의 힘 – 최연하 사진평론집』(2020)이 있다. 2005년부터 대학과 공공기관에서 사진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심사평

강재훈(심사위원장)

2020년, 사진 문화가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1839년 빛을 모아 형상을 만들고, 그 형상을 종이나 유리 위에 그림처럼 남길 수 있는 사진술이 발명된 지 올해로 181년이 되었지요. 바늘구멍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형상을 만들어 낸다는 원리를 이용해 희미하게 나타나는 실상을 따라 베껴내는 도구 카메라 옵스큐라는 1700년대부터 사용되었습니다. 그 카메라 옵스큐라를 발전시켜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사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진=카메라’가 아니고 ‘사진=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지요. 이후 약 160여 년 동안 사진은 필름과 인화지를 이용한 은염(Agcl) 사진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사진의 역사는 한 번 더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바로 디지털 프로그램을 응용한 사진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2000년대 이후 대부분의 사진 애호가들은 ‘사진=디지털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사진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요즘은 휴대폰도 본연의 통화 기능보다는 복합기로 탑재된 카메라의 성능을 앞세울 만큼 사람들에게 사진을 찍는 기기의 성능과 기능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사진인구 3천만 시대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것이지요. 그만큼 사진문화가 대중화되고 사진기가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시대, 자동화된 기능은 사진기를 쥐고 있는 사람에게 초점과 노출이 자동으로 맞아 잘 찍힌 사진(초점이 잘 맞아 상이 잘 맺히고 + 노출이 잘 맞아 색과 밝기가 잘 표현된 사진)을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선물하였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고민은 시작됩니다. 디지털 AI 사진시대에 과연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인가? 사진의 Auto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그려낼 수 있는 이미지가 모두 사진이라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러다 사진은 무엇인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 보면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진은 이 세상(내 눈앞)에 보이는 사물과 풍경과 상황을 찍어내는 행위일 수 있지만, 결국 사진기를 다루는 사람의 마음을 그려내는 것이고,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하는 것 아니겠는지요? 결국 이 세상의 ‘잘라보기’이고, 잘려진 세상임에도 그것이 담긴 이미지를 보는 이들 누구나 참 좋다고 느껴야 좋은 사진 아니겠습니까?

악보를 읽을 줄 알고, 악기를 다룰 줄 알기에 연주가 가능한 사람과 곡에 대한 자기만의 각별한 해석을 통해 자신만이 낼 수 있는 음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다른 것처럼, 이제 사진도 조금은 멋진 창작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133명의 응모자, 350여 점에 달하는 응모작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의 사라져 가는 공간과 새롭게 생겨나는 공간에 담긴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도시의 개발과 성장, 변화를 겪는 시민들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사진들을 공모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사진의 주인공이 되어 줄 시민들의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탓인지 아니면 사진기를 든 사람들의 마음이 그 대상이 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탓인지 판단이 쉽지는 않았지만 참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촬영 후 작업 역시 “포토샵” 프로그램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도 컸습니다.

그런 점에서 심사위원들은 1등 작품(정슬기님)을 선정하는 데 이의가 없었습니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그 이미지를 통해 다른 이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소위 ‘달동네’로 대표되는 마을들을 찾아가신 분들이 많았으나 사진적 접근이 다소 약했던 것 같았습니다. 공모 요강에 맞추기는 했지만, 그 요강에 맞추는 것에 그친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서 잘 찍은 사진과 좋은 사진은 다른 의미로 생각하며 사진작업을 이어가신다면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도 들었구요.

‘찬 우물에 눈 쌓이듯이 공부하라!’는 말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물 위에 눈이 쌓이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자면 물 위에 눈이 쌓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내리는 초설들이 눈에 닿아 그 물 표면의 온도를 낮춰 빙점 이하로 낮춰줘야 하고, 그 빙점 이하로 내려간 순간부터 물에 눈이 떨어지면 녹아 없어지지 않고 슬러시 형태로 남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계속 내리는 다른 눈송이들이 또 스러지고 부서지며 함께 온도를 낮추면 어느 순간 이후부터는 녹지 않고 쌓이기 시작한다지요. 사진 공부도 그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사진 인구의 증가에 비해 사진 작품의 질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 그 해결 방법의 하나로 “찬 우물에 눈 쌓이듯”이라는 말을 제안해 올려봅니다. 단지 흉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만의 시각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는가, 자꾸만 돌아보시는 것도 중요합니다. 결국 “잘 찍은 사진보다는 좋은 사진”이니까요.

한금선

서울을 만납니다.

골목에서, 강변에서, 서러움이 가득한 그곳에서, 그리고 희망을 만드는 그곳에서의 모습을 기록한 공모 사진들을 보면서 오늘 서울에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어둠이 찾아온 골목을 산책하는 어르신. 제 곁을 지키는 땅을 잃었지만 커다란 고무통에서 자라는 나무들. 헌책방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의 뒷모습, 시대의 번성을 뒤로하고 굳게 닫힌 셔터골목의 쓸쓸한 모습. 과거의 모습인 듯 하지만 동시에 공존의 풍경인 시장과 공업사 앞 시대 장인들의 초상 모습.

시대에 대한 기록과 공감이라는 사진의 매력을 아주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등 수상작은 낡았다고, 옛집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소중한 삶의 공간임을 보여주는 단아한 집. 집의 가치는 부동산 가격이 아니라 가족과 혹은 누군가의 삶이 존재하는 공간에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진입니다. 사진에 담긴 내용과 햇살이 편안히 내려앉은 이미지가 하나로 어우러진 인상적인 사진입니다.

그 외 수상작은 소멸과 소생의 다양한 축, 개발의 현장, 낡은 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현실, 아직도 우리 삶의 곁을 지키는 모습 그리고 과거의 공간에 머물고 있는 오늘의 사람들을 보여주는 사진들로 선정 되었습니다.

다양한 시대가 함께하는 서울의 초상을 보여주는 이번 공모전에 사진을 보내신 모든 분들의 발자취와 땀방울에 박수를 보냅니다.

최연하

19세기 중반, 파리가 대대적인 재개발이 될 때 오스망 남작은 변모하는 파리에 대한 기록아카이브를 진행합니다. 파리의 사진가 으젠느 앗제((Eugene Atget, 1857~1927)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고, 파리 시내 곳곳의 다양한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지요. 사진 기록의 중요성이 거론될 때마다 앗제가 호명되는 이유를 생각하며 사진의 힘을 새삼 절감하게 됩니다. 시대가 변하여도 사진의 변함없는 가치 중, 기록과 사실 증명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의 초상은 바로 ‘우리가’ 제일 잘 찍을 수 있지요. 많이 보고, 깊게 보고, 오래 보고,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휴대하고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기만 하면 되니까요. 당장은 기록사진의 힘을 체감할 수 없겠지만, 이 도시 위에 또 다른 도시가 건설될 때, 우리가 찍은 사진은 도시의 옛 모습을 화석처럼 보여줄 것입니다. 도시에 살았던 사람들의 ‘숨’과 함께 말이지요.

해서 이번 심사에서는 사진의 기록적 가치와 함께 도시를 바라보는 참신한 시각이 잘 드러난 작품을 우선으로 골랐습니다. 공모전을 계기로 도시 기록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세워보면 어떨지, 조심스러운 제안까지도 생각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